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는 움직이는 사본이다. 화질은 낮고, 해상도는 평균 이하. 그것은 가속될수록 저하된다. 빈곤한 이미지는 이미지의 유령, 미리보기, 썸네일, 엇나간 관념이다. 무료 배포되고, 압축되고, 복제되고, 리핑되고, 리믹스되고, 다른 배포 경로로 복사되어 붙여넣기 된다.
(...) 해상도와 교환가치와는 별도로 우리는 속도, 강도, 확산으로 정의되는 또 다른 가치 형식을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빈곤한 이미지는 과하게 압축되고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빈곤하다. 물질을 잃고 속도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개념미술의 유산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기호적 생산의 동시대적 생산양식이 공유하고 있는 탈물질화의 조건 또한 표현한다.
(...) 빈곤한 이미지는 익명의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마찬가지로 공유된 역사를 창조한다. 이동함에 따라 동맹을 만들어내고, 번역 혹은 오역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공중과 논쟁을 창조한다. 빈곤한 이미지는 자신의 시각적 실체를 잃음으로써 일말의 정치적인 가격을 회복하고, 새로운 아우라를 부여한다. 이 아우라는 더 이상 ‘원본’의 영원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본의 무상함에 발딛고 있다.
(...) 빈곤한 이미지는 더 이상 진짜에 대한, 진짜 원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대신 이미지 자체의 실제적인 존재 조건들, 즉 군집형 유통, 디지털 분산, 균열되고 유동적인 시간성들에 대한 것이다. 이는 순응주의와 착취에 대한 만큼이나, 반항과 전용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실에 대한 것이다.
—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